본문 바로가기
  • 탁구의 / 시 / 수필 / 사진 / 일상 입니다

퇴직4

새 교복 새 교복 오늘도 학교로 가는 K형 서른다섯 해 졸업 후 새 학교로, 아침에 교복을 입고 가방을 메고 버스에 오르는데 이 학교는 늘 자율 학습 처음에는 관찰하는 법을 공부하고 점차 인내하고 포기하는 법을 배우고 식물도 많이 공부하여 두릅도 노루궁뎅이도 알지 채취한 것을 가족들이 무척 대견해하고 반겼는데 사실 언제부터는 구석에서 말라가는 것도 안다 K형도 비 오는 날이 좋다 선택은 좁고 생각은 골똘하다 내일은 또 어떤 교복을 입어야 하나 2021. 5. 27.
제 2막 제 2막 누가 떠나는 발걸음이 아쉽지 않으리 묵묵히 흐르는 물에 발을 씻고 돌아서는 모습은 자랑스럽고 아름다울 것 그래서 노을은 저렇게 불타며 환송하리 누구에게 떠오르는 별이 찬란하지 않으리 별을 바라보며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 시작과 설렘이 아름다울 것 그래서 은하수 저렇게 흐르며 환영하리 물드는 노을에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은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며 별빛에 가슴 설렘이 없는 사람은 더 아프고 지독히 외로운 사람일 것이라 돌아서는 하늘 초연히 접어두고 강물 부드럽게 흐르며 풀무 아름답게 움직여야 하리 물불 다 태우고 저절로 흐르게 하여야 하리 2020. 8. 25.
정년(停年) 정년(停年) 하늘이 높은 창에 어린 거린다 게으른 새 긴 울음을 뱉고 날아간 하늘 할 일은 많은데 일 없는 느지막한 달력의 경계 밖에 서 있다 시간은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달려와 이쯤에 내 팽개치고 태연히 떠났다 때 지난 암소가 헤벌레 시간을 씹고 온통 적막이 팔짱을 끼는 표정 없는 자유이다 달력을 딛고 선 선택 자유의 메모 이제 배우가 아니라, 감독인가 2020. 8. 14.
은퇴(隱退)에 대한 단상(斷想)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퇴(隱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단순히 나이가 들면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여유로워져야 되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얼굴과 말과 행동에서 연륜에 따른 인품이 묻어나고, 다음 세대에게 이런 저런 조언도 할 수 있는, 그러니까 시간적으로 앞선 .. 2019. 4.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