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2 흔적 흔적 야트막한 야산 밑 단층의 간결한 집에서 풀잎처럼 살아가는 그들은 아름다웠다 사진 한 장 한 권의 책 추억은 자신의 것이지 남겨지는 자의 것이 아니라는 소중한 물건도, 좋은 기억으로 남기려는 한 줄의 글도 욕심이고 떠난 자의 애착은 돌봐 주지 않는 짐이 될 뿐이라는 그래서 하나하나 줄여간다는 그들의 조용한 언어는 따스하고 풍요로웠다 하얀 연못 위 눈밭에 남겨진 작은 새의 발자국처럼 깨끗이 살다가 얼음 풀리는 봄날 사르르 사라질 것 같은 그들의 미소는 백발만큼이나 맑고 투명했다 2021. 10. 6. 사슴의 전설 사슴의 전설 고개를 빼고 빈 정거장에 내려섰을 때, 낮달이 떠 있고 키 큰 소나무 한 그루 서 있다 행성 하나 떨어져 나와 바다 가운데에 멈추어 있고 물고기 조용한 목소리로 얘기를 한다 달빛이 교교히 흐른다고 모두 함께 볼 수는 없을 일 왜 홀로 두리번거리고 가슴에 촛불 하나 태우고 있는가 이 추운 겨울밤 묵은 마음 별에 실어 보내고 차라리 침묵하는 바위가 돼라 바위가 나를 강하게 하리니 하늘에 은하수 흐르고 떨리는 가슴 멈추지 않고 요란한데 이제야 알았으리 외롭지 않으려는 것도 욕심이라는 걸 2020. 9. 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