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접시꽃 같던 큰누님
장날에는 수업이 끝나기 바쁘게
장터로 내 달린다
어머니와 큰누님을 만나
도랑가 느티나무아래 묵 집에서 가끔은
메밀묵을 먹는다
큰 누 못 봤나,
어머니는 혼자 계시는 큰누님을
만나기 위해 장을 가시는지도 모른다
계절이 바뀌면 옷도 공책도
사 주시고 어머니와 같다
귀한 용돈 10원을 주실 때도 있다
여행처럼 집으로 가면
나만을 위한 반찬을 만드시고
올 때는 아주 멀리까지 나와 손을 흔들고 계신다
마당에는 옥수수가 사각거리고
울타리에는 금잔화 접시꽃이 핀다
큰누님은 호국원에 계신다
한국전쟁미망인으로 평생을 혼자 사셨다
햇볕이 유난히 쨍한 날 호국원에 들렀다
큰누님 나 왔어, 하늘에 잘 계시지
속으로 중얼거리며 꽃을 바꿔 꽂는다
이제 내년에야 오겠지
저 높은 곳 충혼탑을 바라본다
접시꽃처럼 높이 피어계시던 큰누님
(* 5월-기일, 6월-현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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