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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걷다 일상을 걷다

김장하는 날

by 탁구+ 2024. 11. 24.

오늘은 우리 집안 김장하는 날이다
매년 이맘때쯤에는 전가족이 모여 김장을 한다
요즘은 김치를 사서 먹는 것이 대세이지만 우리는 일 년에 한 번 행사처럼 모인다
엄청난 양이다 

사실 우리 집안의 모든 행사가 그렇지만 이번 김장도 고향을 지키고 계시는 큰형님 내외분이 모든 준비를 한다

배추, 고추, 무, 파 등 모든 재료를 직접 농사를 짓고 밭에서 추수하고 다듬고

김장을 위한 양념을 마련하고 많은 연세에도 아낌 없이 준비를 하신다

우리 집안이 화목하고 항상 시끌벅쩍 한 것은 큰형님 내외분이 계시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루 전 날 전가족이 모여 배추를 소금에 절인다
그리고 적당히 절여진 배추를 물에 씻어 밤새 물기를 뺀 다음 전 가족이 둘러앉아 김장을 한다
우리 집 김치는 우리 집만이 가지는 독특한 맛이 있다
나는 어떤 곳에서도 이런 김치 맛을 보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사실이다

김장을 하는 날인 동시에 전 가족이 만나는 날이다. 
그래서 이 행사는 중요하다

요즘 사람들이 시댁에 모이는 것이 쉽지 않다는데 우리 집은 그런 것이 전혀없다

아이들까지 서로 솔선하여 먼저 참석하려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다

우리 집 김장의 레서피는 나는 알지 못한다
아마 그 레서피는 우리 가족 모두가 알면서도 또, 알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레서피로 내는 맛이 아니다

전통이 만들어 내는, 전 가족이 둘러앉아 내는 독특한 맛이기 때문이다
 

 연 이틀에 걸처 시끌벅쩍하게 만들어낸 김치는 돼지고기와 함께 거한 저녁 상이 만들어진다
김장을 하는 전 과정이나 그 뒤풀이 모습을 사진으로 찍지 못하여 아쉽다

오늘 한 김장은 각자 자동차 트렁크에 가득히 싣고 시끌벅쩍하게 내년을 기약한다

트렁크에는 김장뿐만이 아니다

그 전날 부터 큰 형님 내외분이 따로 부산히 준비한 콩, 팥, 쌀, 참기름 등이 비닐 봉지에 봉달이 봉달이 쌓여 트렁크는 언제나 더 넣을 자리가 없다

우리가 모두 출발하고난 고향집은 어떤 모습일까

연세드신 두 분이 휑한 집안을 쓸쓸이 정리하고 계시는 모습이 선하다 늘 집안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11.24 하루 한 글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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