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다. 이리 저리 모임을 다니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흔히 쉽게 '마음 비워라.' 라거나 '마음 비우고 산다.' 라는 말을 많이 한다.
걱정도 많고 고민하지 않으면 않되는 복잡 다난한 현대사회에 이만큼 달콤하고 호사스러운 말도 없다.
매사는 욕심 욕망과 관계되니 그냥 그것만 버리면,
그리고 '에잇! 마음 비우고 살자'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질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요즘 온갖 매체에서 이런 저런 방법으로 마음 비우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보고 들을 수 있다.
이렇게 마음을 비운 것 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괜히 용기있고 위대해 보이기도 하다.
그런데 너무나 평이한 이야기지만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일종의 포기라는 것이다.
포기라는 말의 위로적 표현으로 본다면 '포기했다'라고 자조적으로 말 할수는 있겠지만
'포기해라'라고 충고할 수는 없다.
재론이지만 포기하고 잊어버리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포기에는 당연히 그만한 댓가가 수반하게 된다.
이것이 일시적 도피밖에 될수 없을 수도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을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인 이상 완전한 비움, 완전한 포기는 있을 수 없다고 보면 일시적으로 마음이 편하고 위로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언제인가는 다시 생각하게 되고 그것은 일시적으로 편했던 만큼의 허탈감을 가져 올 수도 있게 된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성인이나 수도승이라면 모를까 범인으로서는 영원할 수 없기에
어느순간 돌아보면 돌이키기 어려운 새로운 문제를 발생하게 되었음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음을 비운다는 변명으로 억지 위안을 삼고 현실에서 도피한 후, 훗날 그것이 도피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리고 그것이 시간적, 물리적으로 도리킬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좌절감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절망을 가져 올 것이다.
누구에게 마음을 비우라는 말을 쉽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것은 어쩌면 인생을 포기하고 좌절하라고 하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말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범인의 범주가 아니다.
고통스럽더라도 어떻게든 부딛쳐야 하고 그리고 승부를 위해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인생은 긍정과 도전만을 요구한다. 결코 부정과 양보를 쉽게 해서는 안 된다.
인생은 두번이 없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훗날 아쉬워 해본 들 방법이 없다.
현재를 피하고, 훗날 도리킬수 없는 시기에 그 고통이 더 크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지금 아쉬움을 느끼는 것이 있다면 바로 다시 도전해야 한다.
결코 부정하거나 나약해져 욕심을 버리라는 달콤한 이유에 굴복 당하지 말아야 한다.
인생은 항상 역전이 있다.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양보한 것이 있다면 다시 다른 새로운 것을 찾아 도전해야 한다.
인생에서 아쉬움은 비교에서 오는 것이 대부분이고 그 비교 대상이 방심할 때
새로운 각오로 도전한다면 역습이 될 수 있고 지금 이 후의 시간에는 자신이 승자가 되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 만이 마음의 위로가 될 수 있고, 인생을 조금 더 열심히 살았다고 훗날 말할 수 있게 된다.
모임에서 사람들이 나를 보고 '마음 비우고 인간답게 살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해 오는 것을 들으면서
'정말 그럴까?' 라는 생각을 해보며 씁쓰레한 뒷맛을 느껴 본다.
역설이지만 인생에서 마음 비운다는 것만큼 호사스럽고 위선적인 말은 없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2013년 12월 8일 밤 모바일로 씀)
'수필 & 긴글 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안 정리..버린 다는 것. (0) | 2014.06.19 |
---|---|
한국일보 60주년 기념호를 보며 (0) | 2014.06.09 |
모닝 커피를 마시며 (0) | 2013.11.29 |
따스함이 있는 세상 (0) | 2013.05.29 |
조금 지루한 어느 휴일 (0) | 2013.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