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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산

설악산의 만추(대청봉-봉정암)

by 탁구씨 2010. 10. 30.

만산홍엽을 기대하고 설악산 등산을 계획 했다.

그러나 버스가 한계령을 올라서면서 설악산의 가을은  이미 저 멀리 가고 있음을 알았다.

이미 산에는 마른 갈잎이나 앙상한 가지만이 보였기때문이다.

많은 인파를 예상하고 동서울에서 06:30분차를 예약하여 올라 왔는데 약간의 실망감이 느껴진다.

게다가 오늘은 갑자기 기온이 급강하 하여 사전 준비는 하였지만 바람이 차서 겨울을 느끼게 한다. 

설악산의 단풍을 보기가 쉽지 않은것 같다.

몇년전에도 11월 늦은 가을, 그때도 혹시 조금은 남아 있지 않을까 기대 했는데 역시 볼수가 없었다.

대신 그날은 대청봉 정상에서 쏟아지는 별을 보고, 이튼날 새벽에는 땅과 하늘의 경계를 끓어안고

붉게 떠오르는 동해의 일출을 환희를 느끼며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설악산은 역시 거기에 있었다.

한계령에서 버스를 내려 귀떼기 청봉과 갈라지는 세갈레길까지 1~2시간 가파르게 땀을 흘린 다음,

능선을 넘어서며 마주하는 내설악의 웅장한 암봉들은 역시 가관이다.

한순간에 내가 다시 설악산을 오르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지난 9월초 여름 휴가를 기해 올랐을때와는 그 환희가 조금 다르다.

그때는 녹음이 무성하고 또 오랫만에 하는 설악산 등산이기에 그저 반가움과 경탄이었지만

이번에는 그 무성한 녹음이 단풍으로 절정을 이루고 있음을 기대하였기에

약간의 아쉬움을 보상해 차분이 그 웅장한 산세를 감상 할 수가 있었다.  

한달 남짓만에 올라 온 중청대피소는 낮설지 않다.

지난번에는 예약을 못하고 올라서 조바심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보름전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대피소

예약시간에 맞추어 기다리고 있다가 10시정각, 재빠르게 마우스를 눌렀기에 예약이 되어 느긋이 입실 했다.

기온이 급강하 하여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내부로 들어 오는 바람에 취사장과 숙소가 조금 어수선 하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모두 질서를 지켜 주었지만 한 두사람이 크게 떠들거나 과음을 하기도 했다.

새벽 5시, 서둘러 기상하여 간단히 아침식사를 끝내고 계획된 코스로 출발했다.

오늘의 계획 코스는 대청-중청-소청-봉정암-수렴동계곡-백담사-용대리로 버스정류장까지는 약 25km는 됨직하다.

소청을 내려오는데 바람이 매우 차다. 소청 대피소에서 잠시 땀을 훔치고 바라보는 내설악이 또한 가관이다.

멀리 울산바위와 동해안 해안선이 선명히 보인다.

소청대피소에서 가파른 길을 내려 오면 하늘아래 첫 사찰이라는 봉정암이 나타난다.

기암을 배경으로 암자가 아늑하게 자리하고 있다. 푸른색의 기와지붕이 적멸보궁이다.

적별보궁에는 부처님이 안계신다. 한쪽에 창이 있고 그 창으로 건너편 언덕위에 자리한 부처님 사리탑이 보인다.

때마침 아침 태양이 솟아 오르며 구름사이로 봉정암 정면의 암봉을 비춘다.

높은 산 거대 암봉사이로 비치는 햇살에 하나의 봉우리가 포근한 꽃잎에 쌓인 꽃술같다는 신비한 느낌을 받았다.

봉정암은 하늘아래 첫암자라고 하는 높은 지대지만 규모가 크다. 하늘아래 첫암자라는 것과 부처님의 사리를 모시고

있어 입시철등 많은 사람이 찾는 기도 도량이기에 주로 기도객의 객사로 이루어져 있다. 

봉정암 사리탑옆 넓직한 바위에 올라서 아침 햇살을 받으며 좀더 맑고 밝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수 있기를

기도했던것 같다.

사실 보다 간절한 소망이 있기에 한달만에 자연스레 설악산을 오르고 봉정암엘 들렸던것이 아닌가 싶다.

설악산은 모든면에서 그 충분한 의미를 갖게 해주는 산이다.

등산이든, 장대한 경관이든, 불타는 단풍이든, 대청봉 동해 일출이든, 기도이든 올라도 또 다시 오르고픈 산이다.

(2010년 10월 26~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