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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산

청량산의 겨울(1/13)

by 탁구씨 2008. 1. 15.

 청량산(淸凉山)! 이름이 참 좋다.

경북 봉화군의 청량산은 이름 만큼이나 맑고 아름답다. 자구대로 풀이하면 서늘할 정도로

맑다는 뜻인가? 아니면 맑고 서늘한 바람이 분다는 뜻인가? 어떻든 이름에서 오는 느낌 또한 좋다.

오늘 오른 청량산은 물론 봉화의 청량산이 아니다.

서울시와 하남시, 성남시 경계의 남한산성이 있는 산의 이름이다.

 보통은 남한산성으로 통하지만 난 그저 청량이라는 이름이 좋아 애써 늘 청량산이라고 부른다.

오늘은 늘 오르던 방향에서 약간 방향을 틀어 보았다.

마천동에서 진입, 동서울 cc 담장을 타고 연주봉 옹성을 오른 다음, 성곽의 통문을 통과하여

늘 가던 수어장대의 반대 방향인 동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요즘은 날씨가 차기도 하고, 산위라 기온이 더 낮아서이기도 하지만, 이길로는 사람들도 많이 다니지

않아 눈이 그대로 남아 있다.

더욱이 오늘은 찬 날씨 탓에 반대 방향에는 등산객들이 조금 보였지만 이길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오랫만에 혼자 산을 올랐는데 제대로 호젓한 느낌을 가져 보게 되는것 같다.

성곽을 따라 어떤때는 있는 그대로를 감상하고, 어떤때는 깊은 생각에도 잡혀보고, 또 한순간은

전혀 무아의 상태가 되어 눈길을 걸어 본다.

 연주봉 옹성에서 동쪽으로 내리막길을 반시간 정도를 걸어서 산성 북문에 도착하고, 거기서 부터는

오르막 길에 접어든다.

정말 인적은 드물고 새하얀 눈길은 사각거리는 발자국 소리와 함게 느낌이 좋다.

 중간 중간에 산성의 옛 유적지를 알리는 팻말이 있기도 하고 언제 쌓았는지는 모르지만 돌탑도 있다.

어느 유적지에서 안내판을 보며 옛날의 그때를 상상해 보며 샅샅이 살펴보기도 해 본다.

사실 유적지 안내판을 읽었으면 기록을 하던지 외워둬야 하는데 그냥 지나치다 보니 내용은 다 잊어

버렸다. 그저 병사들이 사용하던 유적이라는 기억만이 있다.

 하옇든 참 한가로운 등산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오늘은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산을 올랐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자는 것도, 시간이

있으니 산이나 가보자는 것도, 한동안 산을 안갔으니 산공기를 마셔 보자는 것도, 오랫만에

땀을 흘리며 기분을 전환해 보자는 것도 아니다.

 아니, 역으로 이야기 하면 이 모두를 위해서인것도 같지만 확실한 것은 혼자 홀가분하게 올랐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여유가 있기도 하고 감정이 감성적이 되기도 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마음껏 여유를 부렸다. 천천히 걷기도 하고, 가쁘게 오르기도 하고,  어느 지점에서는 혼자서

끓여간 물로 차를 타 천천히 마셔 보기도 했다.

그래, 세상 모든 일은 마음 먹기 달렸다. 너무나 뻔한 이치이지만 이렇게 모든것을 놓아 버리니 얼마나

편하고 여유 로운가? 

 물론 이 순간만에 그칠수도 있지만 포기가 아닌 한발짝 쉬어가는 순간이 정말 필요한것 같다.

그동안 정말 꽤 열심히 달려 오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 결과이니 그나마 이만한 여유가 주어지는 것이

아닌가?  매사에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감사하며 살자. 그리고 용서하고 포용하며 살자.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저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문득 깨달아 지는 바가 있다. ........이 기도에 이렇게 큰 의미가 있었구나.....    

 어느덧 짧은 겨울 햇살이 서쪽에 걸리고 나무 그림자가 길어지기 시작 했다.  동쪽 봉우리

동장대에서 턴하여 집으로 돌아 왔다. 2008.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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