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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holic & Family

아들 입대 전날(8/5)

by 탁구씨 2007. 8. 5.

  

내일이면 아들 녀석이 군에 입대를 한다.

저는 학교에서 수련회 가는 기분이라고, 지겨운지 얼른 가고 싶다고 하며, 툴툴 털며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

요즘 며칠은 계속 친구들과 약속이 있는 모양이다.

 

이십 수 년 전 내가 입대를 하던 생각이 난다.

여러가지로 착잡했었던 것도 같지만 '이왕 갔다 와야 할 곳.'  아무 생각하지 말자는 기분으로 열차를 타고 훈련소로 갔던 기억이 있다.

 

아마 아들 녀석도 일정부분은 이런 생각이 있을것이다.

덩치는 커도 겁은 엄청 많은 녀석이고 누구 보다 생각도 많은 녀석인데,

그리고 더위에 땀을 많이 흘리고 일전 농구 하다 발목도 다쳤는데,

훈련 받는데 지장은 없을런지 한편 신경도 쓰이지만

요즘은 인터넷 등으로 정보도 많이 공개되어 있고 또 미리 입대한 친구나 선배들과도 연락을 주고 받으며 정보를 가지고 가는 것 같아 약간 위안이 된다.

 

이십 여 년 전 녀석이 어릴때, 얘가 컷을때는 군대가 없어 지거나 제도가 특별히 바뀔 것이라고 아내와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조금의 변화는 있지만 근본적인 제도의 변화는 없다.

나는 항상 군에는 갔다 와야 된다고 말은 했지만 막상 녀석이 내일 입대한다고 생각하니 꼭 그런 말을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요즘 어떤 애들과 부모는 이런 저런 핑계나 수를 써서 입대를 기피하는 사례가 많이 보도 되고 있지만 다행히 녀석은 이런 부분에서는 거부감이 있다.

어떤 때는 과연 어떤것이 좋은 부모일까 잠시 스쳐가는 생각을 해 보기도 했지만 역시 아니다.

 

사실 녀석은 생각이 꽤 깊은 놈이다.

그리고 상당히 순하고 착한 놈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공부도 소신껏 열심히 하고 교우관계도 괜찮다.

나와 간혹 의견충돌이 있기도 하지만, 후에 생각해 보면 거의가 나의 세대차이로 판정이 난다.

 

이제 녀석이 군대를 가고 그리고 제대를 할때 쯤이면 거의 어른이 다 되어 있을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좀더 세심히 그리고 열심히 신경 써 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

특별히 사정이 여의치 못한것도 아니고 오로지 내려 온 집안 가풍대로 모르는체 내버려 두기만 했던것 같다.

세상이 많이 변했는데도 말이다.

 

대학을 갈때까지 입학이나 졸업식외에는 학교에 가 본적도 없다.

심지어 그 흔한 과외나 학원 같은데도 크게 신경써 보내지도 않았다.

그런대도 제 혼자 알아서 나름대로는 괜찮은 대학엘 입학했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잘 한다고 칭찬해 준 적은 많지 않다.  

 

아들아! 지금도 특별히 다른 말은 하지 않겠다.

그저 몸과 마음이 다 건강하게 훌륭한 군대생활을 해주기 바란다.

기본적으로는 항상 보편적인 생각을 가지고 보편적인 생활을 하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군대생활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정말 크다.

남자는 알게 모르게 한평생 군대생활의 영향을 받으며 산다.

이제 내일 입대하면 지금보다 더 당당한 모습으로 만나자.

아버지는 너를 믿는다.       (2007.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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