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2 달팽이만이 집 지고 달팽이만이 집 지고 새벽잠을 설치는 어스름에 꾸깃꾸깃 집을 챙기고 흔들흔들 힘겹게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항상 집을 짊어지고 다니다가 밤이면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으로 다시 자리를 잡는 달팽이, 달팽이만이 집을 짊어지고 다니는 것이 아니다 허기진 몸에 가방 몇 개와 쇼핑백 몇 개와 구겨진 박스 몇 장, 서울역 대합실에 항상 집을 짊어지고 다니다가 어둔 밤 다시 집을 짓는 달팽이 있다 휑한 허공에 무거운 하루를 내려놓는다 2023. 1. 11. 잠실역에서 잠실역에서 돈 천 원을 내민다 다시 손부끄러워 오천 원을 내민다 정말 배가 고파 어느 김밥집에서 팔다 남은 김밥을 허겁지겁 욱여넣는다 그의 심정을 헤아려 본 적이 있는가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는가 그는 배가 고플 뿐이다 너는 진정 배고픔을 아는가 손끝에서 흔들리는 지폐 한 장의 의미는 무엇인가 시장기를 느낀다 마음이 고프다 너 진정 외로움을 아는가 (2021.6.18. 22:27 지금) 2021. 6. 2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