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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탁기의 블로그(2006년부터) - 길을 걷다
시 & 짧은 글(2023 ~ )

습설

by 탁구+ 2026. 2. 12.

 

습설

 

쩌렁쩌렁

심장이 찢어지는 소리였다

 

수세기를 견뎌온 하늘이

제 살을 찢고

허연 속살을 드러냈다

 

사정없이 부러진 몸통

붉은 살에서 하얀 피가 흐른다

신음이 있다

땅을 울리는 거친 호흡이다

 

하늘은 품고 있던 습기를

쥐어짜듯 쏟아내고

질긴 삶은

허옇게 찢어진 자리에서

끝까지 버티고 있다

 

갈래갈래 늘어진 가지들의

찢어진 근육 사이로

푸른 꽃은 피고

하얀 들꽃은 얼굴을 내민다

 

단풍은 눈 속에도 붉게 남아있고

푸른 가지는 여전히 푸르다

 

그저께

습설이 내렸다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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