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천세계樂天世界
잠실 네거리에
거대한 고등어 한 마리 서 있다
은빛 비늘이 햇빛에 반사되고
꼬리는 하늘에 걸리며
검은 눈은 도시의 숨소리와 욕심을 훑는다
별의 바다에서 유성으로 내려와
은빛 몸통을 세워
하늘과 땅 사이에 기둥이 되어 선 고등어
층층이 겹친 몸통 따라
백 스물 세 층계의 세계가 숨소리 힘차다
사람들이 만든 우주
서로의 욕심으로 팽창한다
은빛 어족들이 물결치듯 몰려온다
발밑으로는 지하철이 혈관 같이 흐른다
비늘에 도시의 먼지가 끼고
고등어는 부르르 떨며 차가운 밤을 새운다
은빛 안쪽으로 물결이 밀리고
비늘 아래서
바다의 기억이 젖어 오른다
숨 하나
제주 앞바다로 조용히 기운다
(* 2020.8.9일의 ‘낙천세계’ 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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