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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짧은글

꿈속의 횡설수설

by 탁구씨 2021. 12. 3.

 

 

  꿈속의 횡설수설

  밤 이었지 어떤 모임이었어 무슨 모임인지 장소가 어디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아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곳이야 나는 부근의 이곳 저 곳을 돌아다니기도 하였거든 하여튼 별도 쓰러지고 각자가 조용히 명상에 잠길 시간이야 그곳은 희미한 어둠 속의 아주 좁은 공간이었어 다섯 빛깔 정도가 같이 있었는데 잘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는 벽 쪽부터 노랑과 또 그 어떤 빛들이 연속하여 있었으며 그리고 예의 보랏빛과 나의 푸른빛이 있었지

  그러니 나는 좁은 좌석 끝에 매달리다 시피 하였지 나는 자꾸만 미끄러졌어 나로서는 그 상황이 싫지 않았어 보랏빛을 생각하여 조금씩 간격을 벌려 주면서도 떨어지지 않기 위하여 오히려 매달려야 하는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명분이 되었지 우리는 풀어야 할 숙제가 있었으니까 한참 후 지도자가 와서 보랏빛의 주위를 살피고 가더군 보랏빛은 모두의 관심 대상이었으니까 염려하는 이가 많았어 그 과정에 나는 더욱 자리를 벌렸기에 그만 몸의 일부는 거의 바닥으로 내려 앉는 격이 되었지 그래도 괜찮았어 아직은 가까이였으니까 내 영역 안에 있고 조심스럽게 가까이 갈 수가 있었으니까 기회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순간 그것은 또 다시 나의 어수룩하게 약은 잔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어 저 벽 쪽에 있어야하는 노랑이 보랏빛 위로 슬쩍 자리를 옮기더군 그로 인하여 보랏빛에 대한 나의 움직임은 조금 자유로워 졌지만, 그래 세상은 참 능청스러운 놈이 이긴다니까 세상은 말이야 살아보면 선하고 배려가 많은 놈보다 괜히 특유의 척을 빌미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조금은 가식적인 놈이 실속이 있더라고 그래서 세상의 흐름도 자꾸 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세상에 흐름을 관장하는 절대자도 착하고 순진한 것보다 엉큼하더라도 조금은 재빠른 놈을 좋아하는 것 같아

  그러면 보랏빛은 어떻게 된 거지 거기에도 세상의 이치가 있어 세상에는 소설 같은 절대적 순수는 없어 매사에는 순서가 있더라도 차이는 밋밋한 것이기에 이것도 저것도 괜찮은 거지 아니 실제 관심이 있는 부분이 다른 것에도 있었는지 몰라 사물의 마음은 복잡한 것이거든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더라도 모든 것을 놓치기는 싫은 부분이 있지 마음에 있더라도 절대적으로 확신을 가진 것은 아니기에 손은 먼저 닫기 편한 곳으로 움직이는 거지 손을 내밀어오면 그것을 잡을 뿐이지 그것이 반복되기도 해 인간관계에서는 그러한 이유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하는 것이잖아 사실 그래서 조금은 객관적이어야 할 필요성이 있어 절대적 자신의 것은 없는 것이거든 그렇지 않다는 착각을 느끼게 될 때 서운하고 마음이 아픈 거야 그런데 보랏빛은 뭐고 누구지, 몰라, 꿈이니까, 하여튼 무엇인가 해야 할 것이 있기는 한 것 같아

  겨울 첫 추위가 있을 거라는 뉴스를 듣고 이른 잠자리에 들었다가 꿈을 꾸고 일어나 다시 잠들지 못하고 한 손에는 시집 한 권을 펼쳐 들고 한 손에는 묵주를 들고 의자를 최대한 뒤로 제켜 책상 위에 다리를 올려놓고 실컷 앉았다가 꿈속을 쓴 것이지 글을 쓰고도 잠들지 못하고 신동엽 시인의 ‘산문시散文詩1’ 에서 대통령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꽃 리본을 단 딸아이의 손을 이끌고 백화점 거리에 칫솔을 사러 나오고 퇴근광부가 작업복 뒷주머니에 책 하이데거 러셀 헤밍웨이 장자를 꼽고 있고 국무총리가 휴가를 가기위해 서울역 대합실 삼등 매표구에서 뙤약볕을 쬐며 길게 줄을 서있고 서울역장이 자전거를 타고 기쁘시겠소 하고 지나가고 중략한 다음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가진 이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 병을 싣고 삼십 리 시골길 시인의 집에 놀러가는 것 까지를 읽었는데 새벽이 밝아 오는 줄 알았더니 아직 시간이 초저녁을 겨우 넘긴 시간이라는 것이지(2021.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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