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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탁기의 블로그(2006년부터) - 길을 걷다
시 & 짧은 글(2023 ~ )

기린의 추억

by 탁구+ 2026. 2. 28.

과천 서울대공원

 
기린의 추억
 
나뭇가지에 봄이

아른 거리는 날
서울 대공원엘 간다


동물들은

아직 닫힌 문 안에서
겨울을 씹고 있다
 
목이 길어
생각이 먼저 도착한 기린이
우리를 구경한다

 

아직 찬바람 속인데 찾아 온
무리들이 많구나
기린의 생각은
우리 쪽으로 기울고
 
고개를 돌려
길게 목을 빼고 창밖을 본다

문득
동그란 눈동자에 우수가 고이고
초원이 펼쳐진다
 
어릴 적 뛰어놀던
고향을 추억한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발자국들이 모래 위에 겹친다
 
막막히 펼쳐지는 초원
동무들과 한가로이 풀을 뜯고
무리지어 달린다
 
미루나무가 흔들리고
버스가 달리고
신작로에 먼지가 일어난다

 

그 뒤를 달려 간다
매캐한 연료 냄새가
그리 싫지 않다
 
사막인지 신작로인지
가늠되지 않는 길 위에서

 

신작로의 먼지를 기억하고
초원의 먼지를 기억한다
 
문이 열리고
기린의 무리가 달린다

 

먼지 속에서
나의 어린 시절도 함께 달린다
 

과천 서울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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