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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짧은글

반주飯酒

by 탁구씨 2021. 7. 6.

 

 

반주飯酒

 

오래전 아버지께서는 식사 때에

늘 반주飯酒를 하셨고

그것도 딱 한 잔이셨다

반주 한 잔은 보약보다도 났다고 하셨다

어느 때부터는 아예 소주 한 병에

유리컵 하나를 뚜껑에 덮어 사랑방 한편

궤짝 옆에 놓아두고는 하셨다

상 차리기 번거롭다는 뜻 이셨다

 

어느 날 속상하는 일 있어

어깃장으로 병체 벌컥벌컥 마셨더니

드디어 해롱해롱 쓰러졌다

보약 맛을 단단히 봤다

아무도 관심이 없어 김만 빠졌다

언젠가부터 내 식탁에도 술 한 잔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술이 달라졌다는 것 외에는

직접 준비하는 것도 아버지와 같다

내 아이도 아버지를 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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