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기 수필집 바우상상1 바우상상 /김탁기 바우상상 / 김탁기 내 어릴 적에, 높은 태양이 정수리를 내려 때리는 오뉴월의 한가한 오후에 오랜 시간을 추억하며 글을 써본다. 내 고향 용바우는 야트막한 야산 골짜기를 따라 논밭이 물 흐르듯 펼쳐지는 곳으로, 산 밑에 조그만 집들이 옹기종기 자리 잡은 아주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산촌이라 하기에는 산이 야트막하고 단순히 시골이라 하기에도 어중간한 작은 마을로, 봄에는 진달래가 온산을 물들이고 여름에는 산을 굽이굽이 돌아 논밭에 작물이 아기자기 펼쳐진다. 특산물이나 특용작물은 없고 보편적인 논농사를 주로 하는 곳으로 대부분이 자연 지형의 정리되지 않은 논밭들이다. 지리상으로 보면 마을 밖 큰 도로에서는 마을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골짜기여서 일설에는 난을 피해가는 길지라고도 한다. 사람들 역시 마을 .. 2023. 7. 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