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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탁구의 / 시 / 수필 / 사진 / 일상 입니다

낙엽11

낙엽 지는데 3 낙엽 지는데 3 화사하던 꽃잎도 마냥 푸를 것 같던 잎새도 밀려오는 군화 소리에 천지간 붉은 울음 토해내더니 이제 포성도 없이 뚝뚝 떨어져 한 잎 힘겹게 팔랑 인다 노도 같던 가슴도 언제나 출렁일 것 같던 설움도 듬성듬성 단풍으로 남아 파르르 떨고 있지 않을 런지 이제 강물 따라 흔들리는 한 그루 나목의 그림자만이 길다 2022. 11. 30.
낙엽 낙엽 늦은 바람 불어 먼 산 붉은 울음 삼키더니 밤새 방울방울 눈물을 흘리고 있네 후드득 후드득 2022. 11. 25.
그늘 그늘 저문 바람에 낙엽이 후드득 진다 헤어지기 실어 달라붙는 낙엽 함부로 떼지 마라 너는 뜨거운 여름날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넉넉한 그늘이 되어 준 적이 있느냐 (* 쓰고 보니 안도현 시인의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가 생각나는 군요.) 2021. 11. 20.
낙엽 지는데 2 낙엽 지는데 2 꽃이 피었다가 소리 없이 지더니 불붙던 단풍 바람도 없이 지더니 뜨겁게 일렁이던 가슴도 언제나 청청할 것 같던 젊음도 강물처럼 흐르고 갈 들판 뛰놀던 친구들 어디서 무얼 할까 낙엽이 진들 다시 꽃피지 않으랴 듬성하게 걸린 팔랑이는 햇살 2021. 11. 15.
낙엽 지는데 1 낙엽 지는데 1 화사하던 꽃잎도 마냥 푸를 것 같던 녹음도 밀려오는 점령군에 천지간 붉은 울음 토해내더니 이제 바람도 없이 뚝뚝 떨어져 몇 잎 힘겹게 팔랑 인다 노도 같던 가슴도 언제나 젊음일 것 같던 인생도 듬성듬성 남은 단풍잎 같이 파르르 떨고 있지 않을 런지 이제 강물 따라 흐르는 꽃잎 몇 잎 멀거니 바라본다 2021. 11. 15.
금화金貨 금화金貨 저문 가을 새벽 비에 짤랑짤랑 동전 소리 들리더니 아침 바닥에 금화金貨가 수북하다 늦은 밤에도 우리를 생각하시는 분 있어 세상 어느 곳 스산한 바람에 발에 밟히는 고독한 울음 있겠지만 찬란한 양탄자 곱게 펼치어 내 슬픔 그나마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되나 보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아도 눈부신 봄에 피어날 개나리 언덕 2021. 11. 11.
이른 낙엽 이른 낙엽 우리가 떠나는 건 미움이 아니라고 사랑을 굳히는 것이라고 더 성숙해 다시 만나자는 약속으로 멀리까지 우리가 멀어져도 혹시 사랑은 멀어지지 말자고 손 흔들고 눈 맞추고 날아가 새 옷 고운 모습으로 따스한 새 아침에 만나자고 손에 손잡고 팔랑팔랑 내리는 거지 2021. 10. 31.
나목(裸木) 나목(裸木) 산비탈 언덕에 의연히 서서 상념은 시원히 날려버리고 눈이 오면 눈을 맞고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바람 불면 가슴으로 받아 순순히 휘고 일어선다 푸른 하늘에 편안히 어깨를 내어주고 어떤 간섭도 거부하지 않는, 그 모습 참으로 초연하다 하늘을 향해 가는 팔을 흔들며 군더더기 없는 깨끗한 무소유를 산다 찾아드는 작은 새들에게 가슴을 내어주고 동네 가운데 서서 소소한 이야기를 빙그레 들어주며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어 방해하지도 않는다 세상 어떤 소리도 마음껏 들어주는, 그 마음 참으로 넉넉하다 무성했던 여름을 회상하거나 움트던 봄을 그리워하지도 않는다 발바닥 따스해지고 팔다리 수액 오르면 그들은 기다리지 않아도 기어이 온다 세상사를 거스르는 일이 없는, 그 삶이 참으로 당당하다 바로 너의 모습이다 2020. 12. 17.
그냥 그냥 그냥 전화했지 할 일도 없고 쓸쓸하기도 외롭기도 했어, 아침에 노란 카펫이 엉덩이를 확 잡아당기더군 비에 젖은 낙엽에 쭐쩍 내동댕이쳐졌어 스산한 바람이 불고 고독감에 소소한 얘깃거리가 필요한 시간이야 쌩하면서도 나긋나긋 따뜻한 얘기 그래 그 작은 마을 그 감나무에 까치밥이 달려 있을까 그 작은 길가에 구절초도 피어 있을까 언덕의 줄줄이 긴 이랑 파란 배추밭은 두런두런 얘기하며 걷고 싶다는 것이지 2020. 1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