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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농부 -2

탁구+ 2025. 5. 28. 19:33

 
도시 농부 -2
 
농부는 아파트 베란다 화분에
상추씨를 뿌렸다
수 일이 지났는데도 푸른 싹이
나지를 않는다
 
자주 물을 주고 들여다본다
햇살도 까치도 대지도 함께 기다린다
어느 날 푸른 눈이 일어선다
어둠 속에서 얼마나 애를 썼을까
 
오월 어느 날 삼겹살을 구웠다
상추를 뜯어 쌈을 쌌다
햇살을 함께 나누려 안간힘을 쓰던
여린 잎이 입안에 싸하다
 
내가 소원하던 농부는 이렇게
도시농부가 되었다
작물이 더 크면 지주를 세우고
내년농사 종자 씨를 받을 것이다
 
(* 도시 농부 -1은 2025.4.5일에)

도시 농부 -2
아파트 화분에 뿌린 상추씨앗이 수 일이 지났는데도 기별이 없다. 오가며 살펴보고 또 살핀다. 햇빛도 품어주려 기다리고 은행나무 까치도 궁금한 듯 기웃거린다. 순간 푸른 기운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곧장 박차고 세상 속으로 뛰어든다. 캄캄한 어둠을 탈출하기 위해 무진 발버둥을 쳤다고 한다.
오월 어느 날 삼겹살을 구웠다. 상추를 뜯어 쌈을 쌌다. 푸른 공기를 함께 마시고 산소도 덤으로 주려고 안간힘을 쓰던 아직은 여린 잎이 입안에 싸하다. 농부 되기를 원하던 이는 이렇게 도시농부가 되었다. 거름도 주고 김도 매고 지주를 세워 내년농사 종자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