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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아침에

탁구+ 2025. 4. 20. 20:45

 
부활절 아침에
 
수목에 수액이 오르고 꽃들이 피어난다
바닥에는 청순한 새싹들이
나무에는 화사한 꽃으로 거듭난다
새들이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지저귄다
 
이루지 못하거나 빗나간 화살 같던 순간
기억의 흔적들이 뱃속을 채우고 있다
마음 가운데 소화되지 않고 남아
그 흔적들이 단단한 돌덩이로 굳어있다
 
새 아침에 빛이 찬란히 부서지듯이
파도가 스스로 부서져서 새롭게 되듯이
마음속의 찌꺼기를 새롭게 다듬어
삶의 파편 기억의 흔적을 걷어내야겠다

피어나는 봄의 새싹처럼 청초하게
눈 녹아 계곡처럼 정결하게 흐르고 싶다
인생에 군더더기는 아예 버리고
할 수 있는
것만으로 가지런히 하고 싶다
 
봄날 가파르지 않은 언덕에 씨를 뿌리고 
늘 누군가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범사에 감사하며 살고 싶다
이 봄처럼 청순하게 피어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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