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긴글 쓰기

어느 출판기념회

탁구+ 2025. 2. 10. 18:40

소백산 비로사

어느 출판기념회

 

지인의 시집 출판기념회라는 곳엘 다녀왔다. 뒤늦게 글을 쓴다면서 오랜 세월 매달리다시피 하더니 또 한 권의 책을 엮었다. 은퇴 후 공백을 메우는 일이었기는 하지만 끈기에 박수를 보낸다.

가족들도 글쓰기 동호인들도 친구들도 모였다.

옛 시절의 어려웠던 추억과 가족에 대한 사랑과 격려, 이날까지의 감사함과 자부심, 일상적인 감상도 나누어 낭송하였다.

감동은 주로 자신과 가족의 몫 이었던 것 같다.

가족들과 지인들 앞에서 가정사를 노출하는 출판에 대하여는 숙고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인쇄물은 오래 남는다

글은 왜 쓰는가, 살아온 생에 대한 동정의 요청인가, 아니면 자신의 생에 대한 공감의 강요인가,

자신의 감상을 글로 표현하여 독자들의 주관적인 감상을 끌어내는 것도 하나의 큰 이유이겠지.

지인의 평소 글쓰기를 지도해 준 강사가 축하를 해 준다. 나름 유명 시인이라고 한다. 한 두 편의 글은 공감하여 읽은 적이 있다.

지도 작가로서 또 한 권의 시집 출간을 축하하고 글쓰기를 하는 이유를 설명 한다.

‘은퇴 후의 여유 시간을 메우기 위해서, 한권의 책을 중앙도서관 목록에 올리기 위해서 글을 쓴다.‘

강사로서의 직업의식이었을까, 작가의 말이 참석자의 설득 같이 들림은 왜 일까,

참석한 동호 모임의 사람들만이 부러움과 희망과 솔깃한 기대를 보인다.

축하 합니다, 무감정의 축하도 있고 대부분이 우정 값인 것 같다.

우정은 깊고 넓은 것이라 생각 없이 무조건적일 수도 있다, 출판기념회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참석하였을까,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많은 노력, 시간과 고뇌와 투자의 결과는 무엇일까,

책은 왜 엮을까, 독자를 위해서 일까, 자기만족일까, 공치사에 대한 재능의 착각일까, 과시일까,

출판기념회는 자신의 삶에 대한 기념회인가, 자랑인가, 보여주기 식 보다가 가족과 특별한 몇 명만의 진솔한 축하의 자리였다면 어땠을까, 생각의 차이 이겠지,

나도 네댓 권의 책을 썼다.

읽어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내용도 지금에 보니 참으로 부끄럽다. 회수라도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남겨 진다는 것, 특히 가족과 지인에게 남겨진다는 것이 신경 쓰인다.

이제는 쓰고 싶은 순간에 쓰고 싶은 대로 쓰는 글을 쓴다. 지금 글을 쓰는 이유이다.

쓴다는 것 자체에 만족 한다.

취미로 쓰는 글은 읽혀지고 남겨지기 보다가는 이제는 자신 스스로에게 쓰는 글이다.

고민하지 말고 잘 쓰려하지 말고 쓰고 싶은 대로 쓰라, 자신에게 진솔한 글을 쓰라.

마음을 억지 포장하지 마라, 억지 단어를 사용하지마라, 마음을 가슴에 가두어 두지도 마라.

맑은 마음으로 펜을 잡고 글을 씀으로서 후련한 해방을 가슴에 남겨라.

아마추어로 글을 쓴다는 것, 그리 축하할 일도 축하 받을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출판 기념회를 다녀오면서 축하를 하지만, 축하만의 감정이 아님을 느낀다, 잘못된 생각인가, (25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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