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Henry와 사랑할 시간
대부분의 잎들이 마지막 함성을 토해내고 있다.
단풍의 계절이니 먼 산과 공원 곳곳에 보이는 단풍은 말할 것도 없지만 플라타너스 가로수의 우산만한 큰 잎과 동네를 온통 노란색으로 밝고 화사하게 물들이는 진입로의 은행나무와,
그리고 우리집 현관 앞의 정감 있는 울긋불긋한 감나무, 모두 붉고 노랗고 아름답게 물들더니 한 잎 두 잎 떨어지고 있다.
특히 집 앞 감나무에는 이제 잎은 거의 없고 노랗게 익은 감만이 오밀조밀하게 달려 있다.
흔히 까치밥이라고도 하지만 사실은 까치밥이라기보다 요즘은 아예 감을 따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 어디나 감만이 덩그마니 남은 것이다.
감나무 잎은 예뻐서 아내는 단풍과 함께 책 사이에 눌러 두었다가 코팅을 하여 책갈피를 만들어 이웃에게 선물하고는 했다.
단풍 들고 낙엽 지는 계절에 특별히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잎이 담쟁이덩굴이다.
길을 가다가 담쟁이덩굴을 보면 아름답기도 하지만 물 한 방울 없는 수직의 담장을 가냘픈 손으로 잡고 오르는 그 생명력이 안쓰럽기도 하다.
며칠 전 산책 때에는 담장에 찰싹 붙어 오르는 담쟁이덩굴 여린 잎이 앙증맞고 아름다우며 애처롭기도 했다.
담쟁이덩굴은 홀로는 오르지 않는다.
서두르지 않고 이곳저곳으로 손을 맞잡고 여럿이 함께 천천히 오른다. 그 어울림이 언제인지 모르게 온통 건물을 완전히 덮은 곳도 많다.
담쟁이덩굴이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오헨리 O Henry의 단편 소설 '마지막 잎새‘가 생각 키워지기 때문이다.
오헨리의 작품은 짧은 이야기이지만 모두 따뜻한 감동이 있다.
<크리스마스 선물> <마지막 잎새>등은 단편이지만 읽고 난 후에 가슴에 따뜻한 감동이 오래도록 남는다.
늦은 가을의 찬바람이 부는 날에 햇살이 따뜻한 창가에 앉아 ‘마지막 잎새’에서 감동적인 부분을 반추해 보기로 한다.
「주인공 '존시'는 폐렴이 심각히 악화되어 병상에 누워있다.
존시는 창밖의 담쟁이 잎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자신의 생명도 저 담쟁이 잎과 같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담쟁이 잎은 점점 떨어지고 그를 보는 존시의 건강도 점점 악화되어 갔다.
존시는 마지막 잎이 떨어지는 순간에 자신도 죽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존시의 친구 '수'는 의사로부터 환자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의지가 없으면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듣게 되고 이에 수는 존시의 긍정의 의지를 살리려 애를 쓴다.
수는 아래층에 사는, 아직도 대단히 훌륭한 그림을 꿈꾸는 약간은 허황되고 가난한 노령의 화가 '베어먼'을 찾아가 의논을 하게 된다.
다음날,
존시는 창문을 열자 아직도 덩굴에 달려 있는 담쟁이 잎을 발견한다. 그리고 잎은 폭풍에도 연일 꿋꿋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에 존시는 그 잎을 보며 점차 살고자 하는 희망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는 기적적으로 회복되게 된다.
이후 베어먼이 폐렴으로 사망하고, 담쟁이덩굴의 마지막 한 잎은 베어먼이 밤중에 자신을 희생하며 폭풍 속에서 그려 놓은 그림이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게된다.」
우리는 이 소설에서 긍정의 힘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서로를 돌보는 따뜻한 인간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베어먼의 희생은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진정한 사랑을 보여준다.
이 글 상단 사진 속의 담쟁이 잎은 아직 풍성하다.
우리는 언제나 양보하고 배려하며 사랑으로 살아가야 한다.
어떤 일에서든 지금이 아니면 내일, 그리고 그 다음도 있다. 우리가 살아가며 시간이 없다거나 이미 늦었다는 것은 자기변명에 불과하다.
* 오헨리 O Henry, 미국, 단편소설작가, 1862~1910 (2024.11.21 하루 한 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