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기 위한 여행인가
얼마 전 북유럽을 여행하였습니다.
자연이 매우 아름다운 지역이었습니다. 초원이 넓게 펼쳐지고 맑은 빛의 호수와 강이 가까이 있으며 가끔은 울창한 침엽수립이 전개됩니다. 또한 높이를 측정할 수 없는 풍부한 수량의 폭포가 천길 수직 벽으로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멀지 않은 고산에는 만년설이 덮여 있었고 풍부한 수량의 폭포와 호수는 그곳으로부터 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나 아름답고 상상 속의 전경이라 연거푸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마 원 없이 찍었을 겁니다. 나는 사진 속에서나마 그 장면들을 담아 두고 싶었습니다.
우연의 일치로 우리와 같은 방향을 여행하는 거의 동년배의 외국인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사진을 찍지 않았으며 그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자연을 감상하고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자연스레 가까이에 있게 되어 ‘매우 아름답지요?’ 아주 서투른 영어로 말을 걸어 보았습니다. 그들도 공감을 하였으며 이 맑고 조용함이 좋아 가끔 이 지역을 여행한다고 하였습니다.
사실 이곳은 일 년 중 여름 3개월 정도만이 낮이 제대로 지속되는 곳입니다. 3개월을 새벽 4~5시에 해가 떠서 저녁 11~12시가 되어서야 지는 곳이며 반대로 겨울에는 11시에 해가 떠서 오후 2~3시면 진다고 합니다. 북쪽으로 계속 가면 하루 종일 해가지지 않는 백야지대가 나온다고 합니다.
나는 그들에게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들은 핸드폰은 짐 속에 넣어 두거나 아예 집에서 가지고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핸드폰은 사진을 찍고 자료를 찾고 통화를 하게 되어 휴가를 제대로 보낼 수 없다는 것이지요. 휴가 중에는 그리 급할 일이 없고 사진은 눈으로 감상하면 되며 핸드폰은 저녁에 잠깐 열어 보면 된다고 하였습니다. 평소에도 가능하면 습관적으로 그렇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들의 얼굴은 평화로웠으며 휴가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내가 이번 여행에서 이 여행자가 생각나는 것은 정말 공감하는 바가 있어서입니다. 나도 핸드폰을 가능하면 가까이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사실 그리 급하게 전화할 일은 여행 중에는 거의 없습니다. 날아오는 내용은 광고이거나 나에게 그리 필요치 않은 뉴스이거나 자기주장용 메시지 따위입니다. 사진도 많이 찍지만 다시 볼 일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료 사진으로 몇 장만이 필요하였습니다. 오히려 사진을 찍느라 좋은 여행지 풍경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녁에 하루를 되돌아보면 대부분의 시간을 사진 찍기에만 매달렸다는 생각도 듭니다.
주제가 조금 바뀌는 것 같습니다만 이제 핸드폰은 마음 상하는 기계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며칠간 핸드폰을 가능한 멀리하여 보았습니다. 그리 홀가분할 수가 없었습니다. 꼭 봐야만 하는 약간의 소식은 약간의 시간차는 있지만 저녁에 한 번만 확인하면 되었습니다. 수시로 봐야만 되는 족쇄, 언제부터인가 핸드폰은 족쇄 같은 것이 되었습니다. 일이 없어도 수시로 들여다보고 몸에 지니지 않으면 무엇인가 잃어버린 듯이 허전합니다. 또 실재 잃어버릴까 수시로 확인하여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값비싼 핸드폰을 씁니다. 값이 비싸면 기능이 좋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일상에서 그 기능이 필요하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들은 핸드폰을 항상 손에 들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있는 가운데에서 자주 펴 보고는 합니다. 과연 그렇게 많은 소식들이 오는 것일까요. 이제 우리나라가 핸드폰 정도로 과시가 되는 나라는 아니라는 생각을 해봅니다.나는 조금 오래된 핸드폰을 씁니다. 언제나 척 내놓고 씁니다. 떳떳하다는 느낌을 가지기도 합니다. 꼰대여서 그런 것일까요. 그러나 기능에서는 하나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기능도 거의 사용하지 못합니다. 극히 일부만을 사용합니다. 비싼 핸드폰을 쓰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자신 있게 오래된 핸드폰을 사용합니다.
핸드폰이 물론 아주 훌륭한, 또 꼭 필요한 문명의 이기 이기는 합니다. 오늘도 나는 은행 업무를 핸드폰으로 거의 다 봤습니다. 요즘은 현금을 취급하지 않으니 결제할 일을 수시로 할 수 있습니다. 관공서 업무도 보았습니다. 시내에 누굴 좀 만날 일이 있어 핸드폰 맵으로 그 장소를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내 핸드폰이 오래된 것이라고 지장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편 생각해 보면 지인을 만나러 가는 길에서 핸드폰이 없었으면 조금 힘은 들었겠지만 이러저러한 기억을 더듬어 가는 여유로운 낭만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제 우리는 타인을 정도이상으로 의식하는 세대가 되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는 신나는 일이지만 나에게는 마음 상하는 일일 수가 있으며 어쩌다가 오는 연락을 받기 위하여 온통 신경 쓰는 일은 일상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오늘도 핸드폰으로 몇 가지 소식을 받았습니다. 상당히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몰랐으면 마음이 퍽 편했을 것입니다. 조금은 상하는 마음으로 댓글을 달았습니다. 진정이라기보다 형식적으로 댓글을 달았다는 뜻입니다. 사실 글이 올라왔는데 댓글을 달지 않는다는 것도 좋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어떤 글이든 누군가가 읽어 달라는 뜻일 텐데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진심여부와 관계없이 댓글을 달려고 는 합니다. 그리고는 마음은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이 더욱 생각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핸드폰을 가까이 두지 않는다는 핑계를 만들어 볼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여행에서는 사진 보다가 여행 자체를 즐겨야겠다는 글을 쓰려다가 핸드폰을 조금 멀리해야겠으며 핸드폰으로 중요한 것을 놓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글이 조금 바뀌기는 했습니다.(2024.11.08 하루 한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