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 김탁기

 

순천만 / 김탁기
 
마음이 어지럽거든

순천만으로 가라

가서 바람에 흐느끼는 푸른 파도가 돼라

바람의 심장에 기대어

함께 넘어지고

꿋꿋이 일어서라

들판 가득히 크게 흔들려라

가슴을 가득 채운 못다 한 말을

마음껏 뱉어내고

푸른 생명으로 가득 채워라

사정없는 출렁임 속으로

뛰어들어라

 

갯바람이 되어

함께 흔들려라

순천 동천의 갯물이 되어

첨벙첨벙 서해의 너른 바다로 달려가라

산들바람이 불거든

두 팔을 벌려 너른 들판을 껴안고

그 품속에서 잠들어라

거친 바람이 불거든

한 마리 솔개 되어 설산에 부딪혀라

물결치는 순천만 갈대숲

높은 하늘을

둥둥 크게 떠 다녀라

 

가슴이 답답한 날이 있거든

순천만 갈대숲으로 가라

병풍 같은 산줄기를 편안히 베고

일렁이는 갈대밭에 크게 누워

수평선의 울음을 들어라

순천만 갯벌이 되어

너그러운 바다의 노래를 들어라

뻘게 짱뚱어가 되어

갯벌의 속삭임도 들어라

가슴 가득히 푸른 갈대로 채우고

어머니 같은

대지의 사랑을 담아라

 

안개가 절벽으로 일어서거든

순천만으로 가라

순천만 갈대가 되어

성큼성큼 바다를 건너온 바람에

심장을 맞대고 그냥 흔들려라

실컷 흔들리고

실컷 흐느끼고

실컷 토해내고 해묵은 가슴을 비워라

출렁이는 가슴으로

거친 항해를 하고

벅찬 환희를 가슴에 가득 채워라

그리고 서울행 기차를 타라

 

(240304 입원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