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2023. 3. 7. 00:09

 
궤적 2
 
버들가지에
푸른빛이 돈다
서랍 깊숙이 넣어 두었던
시계에 태엽을 감는다
 
금방 착착
낮잠에서 깨어난 여인네가
마른빨래를 개듯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상을 돈다
 
샛바람에
서랍 속으로 밀려나
꽃 피고 눈 내리는 소리도
잊은 채 깊고 포근한
잠으로 빠졌었구나
 
떨리는 손으로
손목에 채워 주던 새색시
어느덧 은빛 눈발이 내려앉고
내 넓어진 이마에는
바람이 지나간다
 
바늘의 궤적만큼
넓고 깊어진 애틋함
가끔은 지난날을 만져보는
것도 기쁨이다
 
인생도 가끔은
서랍 속에서 곤한 잠을 자다가
태엽을 감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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