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짧은 글 쓰기

가을이 간다

탁구+ 2022. 11. 8. 00:11

잠실 주공5단지에서


가을이 간다


아침을 스치는 바람이 유달리
차갑더니
저녁 발밑에 펼쳐지는 노란 양탄자들
이렇게 가을은 가나 보다

두껍고 무성하던 여름을
한 순간에 떨쳐 버리고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초연히
갈 길을 가는가 보다

뜨겁게 격정을 노래하고
비바람을 감내하며 지나온 시간
아쉬워한다면야 한량없겠지만
조용히 침묵하며 가나 보다

또 다른 시간을 위하여
많은 이야기들을 안으로 품은 체
마지막 붉은 울음 토하며
아스라한 추억 속으로 들어가나 보다

 

잠실 주공5단지에서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