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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탁구+
2021. 6. 27. 23:58
아버지
산모랭이 돌아서 오리쯤에
아버지는 논에서 피를 뽑고
나는 천방에서 방아깨비를 잡아
방앗간을 차렸다
방아깨비가 방아를 찧는다
한 마리 두마리 셋 넷
쌀 보리쌀 서 말가옷은 찧고
촐뱅이를 잡고 메떼기도 잡고
그것도 시들해질 때쯤이면
산그늘이 논 중간을 지난다
풀을 뜯던 소가 앞서고
나는 소타래를 쥐고 아버지는
꼴지게를 지고 집으로 향한다
소는 눈을 껌뻑거리며 입을
우물우물 씹으며 꼬리로
모기를 쫓으며 스스로 집을 찾아
제 마구간까지 들어간다
긴 하루 모깃불 피어오르고
멍석 위 아버지 곁에서 꿈속에 든다
파란하늘 은하수가 하얗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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