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과 등나무 葛藤

등나무

 

칡과 등나무 葛藤

 

삶에 탄탄대로만 있을 수 있어

이리 꼬이고 저리 꼬이고

넘어지고 자빠지고

다시 마주 보며 일어서서

묵묵히 걸어가는 거지

 

갈葛¹은 좌로 꼬이고

등藤²나무는 우로 꼬이지만

그리저리 꼬여 서로 얼싸안고

티격태격 둥둥거리며 높은 곳으로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거야

 

햇빛 찬란한 바다를 봐봐

한 순간 파도가 세차게 몰려와도

세상을 삼킬 듯이 달려와 부서져도

이 아침 태연히 가슴을 맞대고

온기를 나누며 잔잔한 대화를 이루지

 

삶은 탄탄대로만 있을 수 없어

각기 돌멩이 하나 짊어지고 부딪치고

깨어지며 점차 평온한 길을 걷게 돼

그래서 갈등葛藤은 무한한

생명력을 가지는 거야

 

(¹갈葛: 칡덩굴,   ²등藤: 등나무)

 

 

제주 함백 부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