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짧은 글 쓰기
바람 불어 좋은 날 / 낙화(4/3일)
탁구+
2021. 4. 18. 12:59
바람 불어 좋은 날 / 낙화
더운 바람을 타고 허공을 날아올라 파르르
공중제비를 한 후 가장 좋은 낙하점을 찾아 살짝
내려앉아야 해 바람의 흐름을 잘 이용하여야 하지
어느 시간대에 꽃부리를 떨치고 바람을 맞느냐가
얼마나 우아한 비행이 되느냐의 관건이야
어느 지점으로 떠날 것인가는 중요하지 않아
교량을 건너 강물로 날아가 흘러가는 것도 달리는
자동차의 날쌘 바람에 한 번 더 날아올라 회전하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아니지 어디에서든 땅의 깊은
포옹을 받고 바다를 만나게 돼있어
그 땅 그 바다로부터 생명을 얻어 격정을 보낸 후
다음 세대에 역할을 홀연히 넘겨주고 회귀하는
거야 아름다운 뒷모습은 찬란한 역할의 무게이지
관조하고 성찰하고 사유하고 이제 때를 맞추어
바람을 타고 팔랑 내려앉는 거야 어떤 것은 깊은
사색의 무게를 못 이겨 바로 툭 낙하하기도 하지
세상이 외면한다고 외로워할 이유는 없어
흐린 날에는 나의 그림자도 나를 모르는 체 하지
꽃이 진다고 청춘까지 지는 것은 아닐 것
포물선을 그리며 팔랑이는 모습 얼마나 우아한가
그 성찰이 얼마나 깊었기에 우아하게 낙하하는가
그 사유가 얼마나 깊었기에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툭 하고 떨어지는가
한 순간 할 일을 마치고 초연히 돌아서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멀리서 땡그랑 종소리가 울리지
(2021.4.3일 벚꽃 스러지는 소리에 쓰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