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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꽃이 지면 잎이 피고
탁구+
2021. 4. 3. 08:30

등산,
꽃이 지면 잎이 피고
헉헉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산을 올랐지
흘러가는 구름에게서
물 한 잔을 얻어먹고
숨을 골랐지
산등에 사는 작은 새에게
그동안의 안부를 물었지
오늘 아침에도 태양이
제일 먼저 찾아왔고
이제 곧 따스한 바람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갈 거라고
말했지, 꽃이 필 때
무슨 말을 하였는지는
말하지 않았어
돌멩이에게도 물었지
어젯밤에 별들은
집을 떠난 별은 없는지
황소는 심술을 부리지 않았는지
가장 큰 고요와
가장 깊은 우물에 대해서도
물었지
시키는 대로 먼 산을 바라보았지
켜켜이 산들이 둘러 쳐지고
어는 덧 고요를 뚫고
화사한 꽃들과
드문드문 푸른 움들이 보였어
가쁜 숨을 몰아쉬고
다리에 찾아오는 통증을
쫓으며 산을 오르는
이유는 이런 안부를
물어보기 위해서지,
이제 곧 꽃들이 죽고
잎이 피어날 것이라고
덧붙이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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