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2018. 5. 25. 01:30

옛날 풍기역(인터넷 자료사진)

풍기역 1

 

소백산 아래 풍기역

길게 목을 빼는 산모롱이를

완행열차가 들어온다

강릉 묵호 승부의 바다와 높은 산을 지나

영원한 두 줄기 선로가 다정하게 마주 보며 

탄광 먼지를 이고 비릿한 바다 냄새를 안고

백두대간에 힘을 쏟으며 달려와

보따리를 쏟아 놓는다

 

다시 풍기 인삼의 애환을

도회의 소망과 기대로 바꾸며

소백산의 긴 산 그림자를 돌아 터널을 지나고

산과 들과 강과 나지막이 엎드린 마을을 지나

도회로 도회로 올라간다

풍기역 기차는 바쁘지 않다

힘들어하지도 않는다

 

하늘 아래 세평(3평) 승부역

간이역에 땀을 다 흘려도 묵묵히 움직인다

산촌의 애환과 소망을 모두 전하고

다시 누군가의 삶을 싣고 청량리를 떠나

기적을 울리며 철썩이는 파도의

고향 바다로 돌아간다

하늘만 보이는 풍기역에서

넓은 세상을 본다

 

(1980년대 완행열차를 회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