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긴글 쓰기

아내의 선물 / 책상

탁구+ 2018. 9. 2. 11:11

                            아내의 선물 / 책상


소소한 이야기이다.

이제는 좀 자신을 위해 살아도 되지 않을까? 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문득, 우리 집에 내 자신을 위해 기념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때 눈에 띄는 것이 책상이다.

사실 몇 년 전 지금의 집으로 돌아왔을 때 방이 한 칸 줄어 오래된 책상을 버려 버렸다.

그러니 책을 읽거나 나만의 시간을 가질 조용한 공간이 마땅치 않다.

지금 쓰는 방은 일어서면 창을 통해 공원을 볼 수는 있지만, 여러 가지 물품이 섞여 있어 책상 놓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 거실에서 쓰던 낮은 테이블을 책상처럼 쓰고 있었다.


아내에게 나를 위하여 책상을 하나 제대로 된 것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아내는 그렇지 않아도 무엇인가를 항상 해 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고, 내가 무엇을 말하는지 먼저 알기에 반갑게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책상 위에 읽던 책이나 신문 등을 되는 대로 쌓아 놓고 마음 가는대로 이 부분 저 부분 펼쳐 보는 것 을 좋아 하고, 그 외에도 컴퓨터, 펜을 비롯한 문구류, 여러 종류의 안경, 부채, 기념품, 가족들의 사진 액자 등을 그대로 늘어놓는 것을 좋아 하므로 이왕이면 크고 넓어서 여러 가지를 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좁은 방의 배치를 고려하여 크기가 너무 크지 않고 제작자의 성의가 들어간 수공예품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말이지 이 책상의 문제가 아니라 평소 내가 사용하던 어떤 것을 아이들의 생각은 그들에게 맞기고 훗날 아이들에게 추억으로 남겨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자면 그만큼 품위가 있고 의미가 있어야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의미는 내가 더 채워 넣어야 할 부분이다.

내가 어릴 적에 우리 사랑방에는 아버지께서 직접 만드셨다는 앉은뱅이 책상이 있었다.

모서리와 서랍에 문양을 넣은 아담한 책상으로 내가 사용할 때쯤에는 글 킨 자국이 많은 책상이었다.

우리는 그 책상을 아버지와 우리 4형제가 이어서 사용하고 훗날 우리의 조카들까지 사용하였다.

그런데 어느 때 집을 새로 지으면서 없어져 버렸고, 나는 그 책상에 대한 아쉬움이 지금도 크다.



곧 바로 아내가 목재 공방을 찾아 크기는 작지만 아담한 책상 제작을 의뢰 했고 두어 주일 후 배송되어 왔다.

다리는 소나무로 하여 깎을 때에 약간 사선을 주어 멋을 냈고, 상판은 물푸레나무로 조금 단단하고 무늬가 미려한 좋은 품질의 목제로 제작했다고 한다.

나는 그 후 이 책상을 거의 매일 사용 한다.

책도 읽고, 컴퓨터도 쓰며, 가까이 콤퍼넌트를 놓아 음악도 듣고, 기도도 하고, 가끔 잡념이 많을 때에는 생각을 정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너무나 소소한 이야기지만 이 책상이 의식적으로 나만을 위하여 투자한 것으로는 1호 물품이다.

그 후 아내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를 생각하는 듯하다.

우리세대는 자기를 위하여 돈을 쓰는 것을 아까워했다.

이 시대는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가족의 추억을 위해서도 머뭇거리지 말아야 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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