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등산
(산에서 동기들 단체 카톡방에 쓴 글)
산 정상에 도착했다. 평일이라 이쁜 여인네들도 많다.
빵빵한 여인네 엉덩이만 처다보며 오르다 보니 어느덧 정상이다.
출발할 때 혹시나하여 카톡방에 함께하자는 공지를 올렸지만 역시나 아무런 응답이 없다.
혼자하는 산행도 나름 묘미가 있다.
여럿이 오를때는 떠들며 오르다 보니 힘이 덜 들고 재미도 있으며 스트레스도 더 많이 해소된다.
반면 혼자 오룰때에는 온전히 자연속에 묻히거나 조용히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
한발 한발 오르는 발길에서 희망과 용기와 사랑을 느낄 수가 있고,
떨어 뜨리는 땀방울에서 욕심과 원망과 걱정을 함께 버릴 수 있다.
오르는 중에 한 친구의 생일소식을 들었다. 축하를 한다.
어느덧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다.
매사에 감사를 느낄 뿐이다. 이만하면 되지 않을까...
오늘 특별한 소설가 연대 마교수님의 장례가 있다.
마냥 자유로웠었을 것 같은 그분에게도 버리지 못한 욕심이 있었을까..
아니면 용서하지 못한 일이 있었을까? 아니면 그 모든 것을 그냥 버려서 일까?
나는 과연 홀가분한 상태일까...
다행히 특별히 마음에 남아 생각나는 것은 없다.
누구와 다투어 본적도 누구에게 악의로 피해를 준 적도 생각나는 것은 없다.
아, 한번쯤 있다. 내 상황이 좋지 않울 적에 원망을 참지 못한 적이 있었다.
그때 여러번 내 이야기를 들어준 P, 용서가 제일이라고 충고해 준 N 등이 생각난다.
물론 어떻게 될까하고 재미있어 하는 친구도 있었지...
그래 역시 용서가 제일이다.
이만큼 세월이 흐르고 나니 역시 인생에서는 버리고 용서하고 사랑하는 것이 제일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그 순간이어야 한다.
순간 순간이 행복해야 인생이 행복하고 자신이 행복해야 주위도 행복해진다.
훗날 행복을 위해 산다는 것 등은 어려웠던 옛날의 이야기이다.
산바람이 서늘하다.
선선한 가을날, 혼자 산정상 소나무 밑에 앉아 상념에 잡혀본다.
<2017.9.7. 모바일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