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긴글 쓰기

예순한 번째의 생일

탁구+ 2016. 3. 4. 00:00


오늘이 저의 예순한 번째 생일입니다.

회갑이라고도 하지요.

회갑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고 어색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축하받는 일이었는데 요즘은 그저 또 한 번의 생일이지요.

그런데 이왕이면 그렇게 무의미하게만 생각할 것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육십갑자가 되돌아오는 시점에서 한번쯤 생을 되돌아보고

정리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저 주어진 순리에 순응하며 열심히는 살아 온 것 같군요.

다행이라면 큰 탈 없이 살아온 것이라고 할까요.

기억에 남겨야 할 만큼 큰 기복 없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구차하지도 않았던 것 같군요.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부족하여 남에게 부탁하거나 해를 끼친 적은 없는 것 같고요.

그렇다고 남을 크게 도와준 적도 없군요.

- 이것은 약간의 아쉬움에 속합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 무기력하게 살아온 것도 같지만

범인이 욕심을 낸다면 한이 없겠지요.

 

회갑이지만 일상처럼 조용히 여행을 하며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저께 제주도 한라산에 올라 제 일생에서 가장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설경을 보았습니다.

한없이 펼쳐지는 순백의 부드러운 평원과 백록담의 암벽,

그리고 동행자가 겨울왕국이라고 말하던 눈 터널을 이루고 있던 숲속 눈길.

영화 속 히말라야를 걷는 착각에 빠져보기도 하고 정말 아름다움의 극치였습니다.

저는 그 절경을 뒤로하기에 아쉬워 몇 번인가를 되돌아보며 절경을 눈 속에 담으려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틀에 걸친 바다와 유채꽃 핀 들과 평화로운 오름을 걷는 올레길 걷기는

무상무념의 평온한 시간이었습니다.

 

예순한 번째 생일을 보내며 오로지 고맙고 감사하다는 생각만이 듭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저와 함께해주신 모든 것, 모든 분들에게 진정으로 감사함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그리고 더욱 감사하며 살아가겠습니다.

 - 회갑을 누군가는 첫돌이라고 하던가요.


조용히 보낸다고는 해도

다정한 분들과는 막걸리라도 한잔 안할 수가 없군요.   ~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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