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60주년 기념호를 보며

오랜만에 도서관엘 들렸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정기 간행물실에서 '한국일보 60주년 기념일(2014. 06. 09일자)' 기사를 탐독했다.
한국일보와는 참 인연이 깊다.
어릴 적 초등학교 시절, 학교 도서실에는 '소년한국일보'가 유일하게 비치되어 있어 처음 신문이란 것을 접하게 되었고, 읽을거리가 없던 그 시절 게재되어 있는 만화와 더불어 무척 재미있게 샅샅이 읽었으며,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 신문의 다음 호를 무척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성장하며 학교에서 독서 장려와 더불어 신문읽기를 권장하였을 때도 당연히 신문은 한국일보라고 생각 하였던 것도 같다.

더구나 어린 시절, 신문은커녕 라디오도 귀하던 벽촌에서 동네 사람들이 자주 모이는 사랑방에 마침 주인이 마을의 유일한 신문 '한국일보'를 구독하고 있었으니 당연히 신문은 한국일보이고,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신문을 읽을 때는 한국 사람은 한국일보를 먼저 읽어야 된다고 까지 자연스럽게 생각해왔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시절 나는 어른들의 한국일보를 훔쳐보며 나중에 신문기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했었던 것 같다.
때 맞추어 그 시대의 영웅이었던 미국 대통령 케네디의 부인 재클린 여사도 신문기자였다는 곳에서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 졌다.
그러나 당연히 현실은 변했고 나는 사회 진출로 일반 기업체에 근무하게 되었는데 우연히 그곳이 한국일보사 주변이었다.
종로구 일대에서는 내가 근무하던 건물과 언덕위의 한국일보사 건물이 유독 우뚝하였고, 그때 한국일보사 전면에는 '중도정론(中道正論)'이라는 커다란 글씨가 쓰여져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주변에는 녹색의 한국일보 취재, 배송 차량들이 많이 보였고, 나는 그 '중도정론(中道正論)'이라는 말과 그 후 한국일보를 계속 구독하며 자주 접하게 되는 '불편부당(不偏不黨), 정정당당(正正當當), 춘추필법(春秋筆法)'이라는 말이 신문의 기본으로서 참 좋은 표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9일자 신문에도 다음과 같은 기사가 있었다.

한국일보는 일반적인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논설외에 특히 문화가 강하다. 내가 재미있게 보는 조크 만화 '블론디'가 있고(남의 신문을 훔쳐 볼 때 부터 보았다), '한국일보 신춘 문예'가 있다. 그외의 행사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봉황대기 야구대회', '역전 마라톤대회' 등은 타 신문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국 규모이면서도 아주 인기있는 행사이다.

여기서 한국일보와 참 인연이 깊다고 하는데 에는 정말 또 다른 뜻이 있다.
재학중인 아들이 갑자기 신문기자가 되어 보겠다고 하기에 흘려 들었는데, 어느 날 소문 없이 시험에 합격하여 한국일보의 경제부 기자가 된 것이다.
아들이 내 뜻을 이루어 준 것 같아 무척 반가웠다.
물론 또 한편에서는 요즘 많은 방송, 인터넷 등으로 종이 신문의 역할이 퇴색되어 가는 것 같아 염려도 되었다.
하지만 어지럽기 만한 요즘의 세상에 그나마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매스컴이고, 그중에는 무엇보다도 신문의 역할이 가장 크다는 데에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방송과 인터넷의 역할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 근간은 신문기자의 역할이다. 오늘도 아침에 기사로 본 것들이 저녁에 방송 뉴스로 번개처럼 지나갔다.
천천히 다시 볼 수 있는 여유, 사건이나 정치기사 뿐만 아니라 갖가지 기사에다 여행, 문화 등의 메거진의 역할까지, 느긋이 책상위에 펼쳐 놓고 신문을 읽는 그 순간은 여유이고 왠지 모를 으쓱한 자부심까지 느끼게 된다.

아들이 이제 신출내기 기자로서 동분서주하며 뛰어다니는 것이 무척 애처롭기도 하지만, 모두 성장을 위한 동통이고, 그 무엇보다도 사회에 기여해 보겠다는 확고한 신념과 패기에 내 자신이 놀라고 있으며, 이런 기자가 있는 한 우리 사회와 국가의 장래는 밝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한국일보 창간 60주년! 한때 최대의 독자를 자랑하던 신문, 갖가지 스포츠, 문화행사를 하며 사회를 이끌어 가던 신문에서 요즘 여러 가지 어려움도 겪고 있는 듯 하지만 지금처럼 신문으로서의 확고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한 또다시 최고의 신문이 되리라는 확신을 가져본다.
특히 오늘 창간 60주년 기념호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더욱 공고히 했고, 나의 아들의 선택이 탁월하였으며 참된 기자로서, 또 차세대의 주역으로서 어떤 일을 하던 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는 확신과 기대를 가져 본다.
(2014년 6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