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짧은 글 쓰기

누에 이야기(문득, 동기회에 쓴 글)

탁구+ 2013. 9. 1. 12:54

<문득>

누에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그는 단지 작은 벌레에 불과 했습니다.

다른 곤충들 처럼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수도 없고

빨리 뛸 수도 없으며 화려하게 보일 수도 없습니다.

그는 단지 누에에 불과합니다.

그는 자신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교하거나 질투를 하지도 않습니다.

 

문득 우리네 삶을 둘러봅니다.

다들 폴짝거리며 뛰고 날아다니는데

자신만 엉거주춤 기어가는 모습!

저마다 자신의 색깔로 신나는 노래를 불러 대는데

소리는 커녕 숨어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화가 나기도 하고 좌절하여

잠적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하겠지요.

 

오래지 않은 훗날

누에는 천천히 집을 짓고 인내하다가

이윽고 오색찬란한 날개를 펼치며

나비가 되어 창공으로 훨훨 날아 오릅니다.

 

우리네 삶도 그렇지요

일히일비 하다가도 묵묵히 인내하며

성실히 자신의 일을 하다가 보면

찬란한 햇살이 빛추이고

그 가운데로 결실을 만끽하며 날아 오르게 됩니다.

이는 확실한 진리입니다.

힘내세요.

달리는 사람은 약간씩 자중하며 힘을 내고

걷는 사람은 확실한 그날을 향해

묵묵히 나아 가세요.

 

                                            <팔당 분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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