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 농부 연작-1 도시 속 푸른 농장
이웃 옥상에 작은 농장이 생겼다
며칠 전 사람들이 어슬렁거리더니
어느새 멀리서도
어린싹이 파릇파릇 눈에 들어온다
상추일까 쑥갓일까
청양 고추와 방울토마토일지도 모른다
도시의 회색 지붕 위에
작은 초록의 나라가 자라고 있다
햇살이 따사로운 날
화원에 들러 상추와 쑥갓 씨앗을 샀다
지난해 버려둔 화분에 흙을 채우고
보일 듯 말 듯 작은 씨앗을 뿌렸다
이 작은 씨앗하나가
수백 수천 배의 푸른 잎을 품고 있다
태양과 비바람을 견디고
문득 꽃 한 송이 피워 올릴지도 모른다
곧 거름을 주고 잡초를 뽑고
비 내리면 흙냄새 속에 비료를 뿌린다
그러면 우리 베란다에도
푸른 농장이 넘실거리겠지
금년 채소는 이 농장에서 거두고
남으면 이웃과 나눠먹고
혹시 조금 더 남는다면
팔아도 볼까
농부의 마음에는 벌써
김칫국부터
넉넉하게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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