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덧 조석으로 창문을 닫는다.
강가에는 서걱거리는 바람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한 10년쯤 전, 책갈피를 꽂아 둔 시를 발견했다. 그때는 이런 글이 꽂혔었나 보다.
가을에 / 박남원
이제는
꾸미지 않으며 살고 싶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살고 싶다
이제는
내 작은 체구에 걸맞는 옷을 걸치고
가을의 시골길을 걷고 싶다
조용하게 흐르는 시냇물 곁에서
가식의 옷을 벗는 나무들처럼
그렇게 나를 드러내고 싶다
매운 세상바람이 가슴을 치는
무수한 삶의 심정들에 뒤엉켜
저마다 손을 높이 치켜들고 더 많은 자기를
표시하려는
아우성 속에서
들었던 손도 내리고
내 순수했던 어릴 적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
세상에 살면서
내세울 것보다는
이루지 못한 것들이 많아 아쉽기는 하지만
더러 어렵게 성취한 것들 중에도
내 것이 아닌 것들은 이제 돌려보내자
그리하여 세상이 내 자신을
초라하게 인정하더라도
맑은 물이 자신의 속을 숨기지 않듯
그러한 삶을 살고 싶다

* 조금 분주한 일정으로 그동안 책갈피를 꽂아 두었던 글을 옮깁니다.
'시 & 짧은 글(2023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단순한 기쁨 (7) | 2025.09.25 |
|---|---|
| 사람이 하늘 처럼 (6) | 2025.09.21 |
|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24) | 2025.09.12 |
| 빠삐용 의자 (9) | 2025.09.09 |
| 심연 우주深淵宇宙 (0) | 2025.09.06 |